2021년 ‘위드코로나’ 시대, 글로벌 패션명품가들이 패션쇼 하는 법

“어쨌든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 글로벌 패션 명가들이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연달아 행사 취소와 급격한 온라인화로 내몰렸던 실망과 혼란의 2020년을 보내고 올 2021년 가을 다시 화려한 패션쇼 무대로 돌아왔다. 패션쇼가 패션업계와 소비자에게 안겨주는 무대의 압도감과 인상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속처럼 진화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맞춰 패션쇼의 포맷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패션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마케팅 통로의 폭발적 잠재력과 쇼셜미디어의 팬 유인력을 절실하게 확인했던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 마케팅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콘텐츠 개발과 바이럴 캠페인의 중요성은 성공 마케팅의 정석(定石)이 돼가고 있다.

10월은 글로벌 패션업계와 디자이너들이 코로나-19 위생 조치와 행사 유치 규정 준수에 따른 행정적 규제 속에서 소수의 유명 셀럽, 메가 인플루언서, 모델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 봄/여름 컬렉션 패션쇼를 거행하는 동시에 그와 평행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밀접 소통 체험’을 선사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마케팅’이 실험된 한 달이었다고 『보그 비즈니스』는 분석했다.

구치(Gucci)는 10월 정기 패션쇼 대신 구치볼트(Gucci Vault)라는 온라인 전용숍을 론칭하고 디지털화 전략에 주력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듬달인 11월 2일, LA 할리우드에서 선보인 구치의 2022년 봄 컬렉션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 패션쇼 및 팝업 이벤트는 패션의 아트와 시네마와의 만남을 주제로 LA 카운티 미술관과 협력 기획됐다.

올 10월 소셜미디어 노출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 브랜드는 디오르(Dior)다. 파리 튈르리 정원에서 진행된 2022년 파리 패션위크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 웨이보, 텐센트, 위챗, 라인 타이완 등 – 으로 실시간 방영돼 무려 1억 3천 만 뷰를 기록하고 1만 명 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코멘트를 끌어냈다.

패션・뷰티계가 브랜드의 종합적 실적을 가장 잘 대변하는 지표로서 인스타그램 조회 수와 피드백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디오르는 소셜미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라 평가되고 있다. 디오르와 더불어 루이 뷔통과 샤넬은 소셜미디어계에서 높은 미디어 가치(media value)를 구축한 브랜드로 꼽힌다(자료: Lefty 소셜미디어 마케팅 플랫폼).

몽클레어(Moncler)는 ‘몬도지니어스(Mondogenius)라는 자체 소셜미디어 세계(universe)에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포함 전 세계 30여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온라인 소매업자 네트워크에 가수 알리샤 키의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 해 웨이보 생방 시청자 수 7천4백 만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 내 인기를 재확인했다.

한편 패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틱톡의 위력도 해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2021년 9월 기준 월별 사용자 수 10억을 보유하며 인스타그램 다음가는 제2의 패션 플랫폼이 된 틱톡은 올 런던 패션위크의 공식 후원자로 향후 영국 패션 카운슬(BFC)의 행사 기획과 향후 운영에 더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올 런던 패션위크 행사 해시태그 #TikTokFashionMonth는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시청자 수 71억을 달성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베르사체(Versace)도 각각 2022 봄/여름 컬렉션 파리와 밀라노 패션위크 행사를 맞아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가로지르며 팔로워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그런가 하면 후고 보스(Hugo Boss)는 최근 NFT 붐을 활용, NFT 잠바 5장을 상으로 내건 틱톡(Tiktok) 경쟁 이벤트를 열어 조회 수 22억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발렌시아가는 대중오락물과 컴퓨터 게이밍을 패션과 연결시키는 시도를 선보였다. 美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과 협업하고 수 천명의 유명인들과 하객들이 운동장에 모여 축제 행사에 등장하는 특별 에피소드를 제작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공유했다.

작년 버버리와 디오르 멘이 시도했던 컴퓨터 게이밍-패션 접목 프로젝트는 올해 발렌시아가가 이어받아 시도했다. 자제 개발한 온라인 몰입 탐험 게임 『애프터월드(Afterworld)』를 출시하고 아바타와 패션이 만난 가상현실(VR) 경험을 소개하며 패션 브랜드들의 메타버스 마케팅 경쟁을 부추겼다.

*이미지 설명: A scene from Baleciaga «Afterworld» video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