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인덱스에서 마스카라 인덱스로

Photo by Jamie Coupaud on Unsplash

립스틱 인덱스 (lipstick index)란 20년 전 당시 에스테 로더 (Estée Lauder) 화장품 이사회 회장이던 레너드 로더가 만든 용어다. 2000년대 초 경제불황기, 에스테 로더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립스틱 매출이 늘어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심한 끝에, 립스틱 매출량은 경제의 건실 혹은 부실한 상태를 반영하는 경제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경기가 나쁠수록 립스틱 매출이 늘어나는 역상관관계가 있는데, 이는 불경기에는 여성들이 드레스나 구두 같은 비싼 아이템을 살 돈을 아껴서 그 보다 저렴한 대체제인 립스틱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2008~9년경,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로 다시 한 번 불황을 맞았다. 헌데 에스테 로더의 립스틱 인덱스 이론과는 반대로 경기둔화와 함께 에스테 로더 전 화장품 브랜드에 걸쳐 립스틱 매출도 함께 감소했다. 이렇게 ‘립스틱 인덱스 = 경제지표’론은 반박됐고, 지난 2001년도 에스테 로더의 립스틱 매출감소는 유명 연예인들이 런칭한 화장품 브랜드들의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비롯된 상대적 매출부진때문으로 결론 내려졌다.

뷰티업계는 2010년부터 새 유행으로 대박을 거뒀는데, 이는 다름아닌 네일아트다. 일찍이 1990년대부터 미국 헐리우드 배우와 중상층 여성들이 네일 살롱에서 손톱케어 받는 것에서 처음 유행하기 시작해 전세계로 번지며, 오늘날 유행마다 값비싼 새 옷과 핸드백 구두를 수시로 구입할 형편이 못되는 여성들은 네일컬러과 매니큐어 액세서리로 유행에 맞춰 저마다의 치장 욕구를 표현한다. 이렇게 널리 유행하게 된 네일아트를 가리켜서 일각에서는 ‘네일 폴리시 인덱스 (nail polish index)’라 부르고 그 저변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로 마스크 착용 일상화로 여성들의 립스틱 구매율은 부진해졌다. 근거리 신체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나 영업정지조치 때문에 네일 살롱 비즈니스도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립스틱과 네일아트으로 외출, 타인을 의식한 외모 꾸미기와 과시적 소비활동이 좌절된 코로나 시대, 글로벌 뷰티 시장의 립스틱 매출은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 대신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에서 유일하게 노출되는 눈 부위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눈화장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실제로 2020년 이후로 립스틱 대신 다양하고 대담한 색상의 아이새도, 자연인공눈썹, 마스카라 구매율이 25% 가량 증가하며 ‘마스크 메이크업 룩’ 트렌드가 급상승중에 있다. 화장을 통해 아름다움을 뽐내고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가 변치않는한 뷰티업계는 시대적 상황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변화와 진화를 계속해 나간다. 립스틱 인덱스가 오류의 가설일지언정 아름다움의 기준과 미인의 정형은 각 시대 세계관을 반영하는 기호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