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N°5 탄생 100주년

Chanel N°5 perfume. Image: Chanel

마릴린 몬로가 ‘밤에 나는 샤넬 넘버 파이브 몇 방울 외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요”라는 광고어구를 남긴 ‘매혹의 향기’ ‘한 세기를 지배한 아이콘적 브랜드’ – 이 여러 거창한 수식어로도 이루다 표현하기 어려운 럭셔리 뷰티 업계의 신화의 대명사 샤넬 넘버 파이브 (Chanel N°5) 향수. 사각형 투명 유리병과 흑백 정사각형 라벨의 극도의 심플함은 변덕스럽게 변화하는 유행과 장소와 문화를 초월한다. 향수 병 디자인과는 정반대로 샤넬 넘버 파이브의 향기는 호화스럽고 매혹적이다. 적어도 올해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이 향수가 탄생했을 당시의 기준에서 이 향수가 지닌 향기는 획기적이었다. 당시 젊잖은 여인들은 단일 꽃향 향수를, 거리나 화류계 여성들은 동물성 머스크나 자스민꽃 향수를 썼으나, 샤넬 넘버 파이브는 무려 80가지의 꽃류와 알데하이드를 배합한 인류의 향수 역사상 가장 ‘추상적’이고 ‘모던’한 ‘향의 악곡’이라는 평을 받는다.

2021년 5월 5일은 샤넬 넘버 파이브 향수가 파리의 상류층 귀부인들의 까다로운 후각에 처음 소개됐다. 시골 소녀 재봉사에서 일약 파리 상류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고급 양장사로 이름을 떨친 전설적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 (Coco Chanel)은 새 컬렉션 공개 날짜를 5월 5일로 잡았다. 그녀는 5가 행운의 숫자라 여겼고 그녀의 년간 신상 개시일은 이 전설적 향수의 이름이 됐다.

본래 코코 샤넬은 패션 컬렉션과 곁들여 뿌리는 향수를 출시할 의도로 샤넬 넘버 파이브를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던 어느날 칸느를 방문하게 된 코코는 러시아 혁명 이전까지 모스코바에서 향수제조사로 활동했던 에르네스트 보 (Ernest Beaux)를 만나 그녀의 단골 손님을 위한 선물용 향수 100병 한정수량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선물용 향수로 손님들에게 나눠준 향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코코는 1922년부터 상업용으로 생산판매하기 시작해 100년 후인 오늘날까지 코코가 원했던 향기 그대로 ‘여성의 향기를 담은 여성의 향수’의 고전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