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익힌 포도주

Courtesy: Christie’s Images 2021

크리스티스 경매소가 우주에서 숙성한 포도주 한 병을 경매에 부쳤다. 경매에 나온 포도주는 샤토 페트뤼 (Chateau Pétrus) 2000년 산 보르도 포도주다. 일런 머스크가 인류를 다행성 거주가 가능한 존재가 될 그 날을 향해 우주선 제작과 화성 식민지 개척에 한창인 동안, 이 전설적인 보르도 포도주 양조사는 우주시대 포도주 양산 가능성과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선구적 실험정신과 영특한 마케팅 수완을 발휘했다.

페트뤼는 2000년산 페트뤼 와인 12병을 Space Cargo Unlimited의 우주선에 실어 보내 중력 제로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숙성시켰다. 스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 사의 Mission WISE 우주탐색작전용 우주선은 지난 2019년 11월 국제우주정거장 (ISS)으로 발사된 후 440일 동안 총 주행거리 300, 000, 000 km (달을 300 바퀴 돈 것과 같은 거리)로 지구 둘레를 돌며 무중륙 상태에서 포도주를 숙성시키고 올 2021년 1월에 지구로 돌아왔다.

3월 보르도 대학 와인연구소에서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우주에서 숙성시킨 보르도 포도주와 지구 포도주 맛과 품질을 비교분석한 결과, 우주 숙성된 와인은 꽃향기와 훈제향이 더 두드러졌다고 하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오랜 세월 숙성시킨 포도주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작용이지만, 어쨋거나 맛과 향은 다소 달랐다고 한다. 우주 숙성된 전설의 페트뤼 보르도 와인의 맛을 최초로 음미하게 될 경매 낙찰자는 이번 경매를 기해 운석으로 특수 디자인・장인제작된 병, 잔, 디캔터, 코크스크류 일체가 담긴 트렁크에 포장된 우주 숙성 페트뤼 구입을 위해 약 100 만 달러 (우리돈 약 11~12억 원) 가량의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크리스티스 경매소 측은 예상했다. 경매는 비밀경매로 이뤄졌다.

이미 전세계의 수많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우주여행 탑승권을 앞다퉈 예약해 놓고 있다. 이제 우주에서 숙성시킨 와인을 맛보고 우주여행을 위한 마음의 채비를 다지고 있는 그들을 필두로 우주관광 시대의 서막이 오를 그 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실현될지도 모르겠다.